식물에 관련된 잡지식들
1. 미국에서 생산하는 밀에는 한국 토종 밀의 유전자가 있다.
유럽산 밀은 키가 커서 쉽게 쓰러지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미국 농학자 노먼 볼로그가 키가 작고 잘 안 쓰러지는 일본의 ‘농림10호’와 멕시코 재래종을 교잡한 것이
현재의 미국, 멕시코 등지에서 주력 생산하는 밀의 시조 격인 ‘소노라64호’이다.
‘농림10호’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한국에서 가져간 ‘앉은뱅이밀’의 개량종이다.
참고로 앉은뱅이 밀은 우리나라에서 기원전 300년대부터 길렀다.
+ 노먼 볼로그는 1970년 세계 식량 증산 기여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왼쪽 개량종 밀, 오른쪽 재래종 앉은뱅이밀)
2. 우리가 먹는 배는 일본에서 왔다.
우리가 흔히 먹는 배는 일본의 ‘신고(新高)’라는 품종의 개량종이다.
신고는 1915년에 만들어져서 1930년대 우리나라에 도입되었다.
우리나라 고유종으로는 돌배가 있는데, 일반 배보다 훨씬 작고 단단하며 신맛이 강하다.
(왼쪽 신고배, 오른쪽 재래종 돌배)
3. 두리안은 오랑우탄과 공생관계이다.
두리안의 껍질은 단단해서 웬만한 동물들이 건들기 어렵다.
두리안은 이걸 열 수 있는 오랑우탄을 강한 냄새로 유혹하는데, 오랑우탄은 이 냄새를 아주 좋아한다.
두리안을 먹으면 소화가 될 때 알코올 성분이 생기고, 이 때문에 오랑우탄은 취기에 더 많이 먹게 된다.
결과적으로 오랑우탄이 취해서 두리안의 씨를 여기저기 버림으로써 두리안은 씨를 널리 퍼트린다.
4. 캐슈너트 말고 캐슈애플이 있다.
캐슈너트는 캐슈나무의 씨앗으로,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이다.
캐슈너트의 열매는 특이하게 생겼다. 씨방은 씨와 같은 모양이고, 씨방에 달린 꼭지가 커진 것이 캐슈애플이다.
캐슈애플은 아주 맛있는 과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너무 빨리 상해서 생과일을 먹으려면 산지로 가야한다.
참고로 최대 산지는 베트남이다.
+ 씨방에 달린 꼭지가 커지는 대표적인 과일로는 딸기가 있다.
(왼쪽 볶은 캐슈너트, 오른쪽 캐슈나무에 달린 캐슈애플(노란색)과 캐슈너트(검녹색))
5. 고추냉이와 와사비는 서로 다른 식물이다.
고추냉이의 학명은 Wasabia koreana이고, 와사비의 학명은 Wasabi japonica이다.
고추냉이는 우리나라에서 매우 희귀한 멸종위기 식물이다.
와사비가 울릉도에서 자생하게 되고, 이를 널리 재배하면서 국가차원에서 ‘고추냉이’로 단어 순화를 강행하였다.
근데, 다시 말하지만, 둘은 아예 다른 식물이다. 잎부터 다르게 생겼다.
기존의 고추냉이를 ‘참고추냉이’라고 부르도록 권고했고, 결과적으로 전혀 다른 두 식물의 명칭이 꼬였다.
그래서 식물도감에서도 헷갈리게 나온다.
+ 그냥 와사비는 와사비라고 부르면 된다.
(왼쪽 고추냉이, 오른쪽 와사비)
6. 계피와 시나몬은 서로 다른 식물이다.
우리가 ‘계피’라고 하는 계피는 ‘카시아계피, Cinnamomum cassia‘이고 중국 남부와 동남아가 원산지이다.
우리가 ‘시나몬’이라고 하는 계피는 ‘실론계피, Cinnamomum verum’이고 스리랑카가 원산지이다.
카시아계피는 껍질이 두껍고 매운맛이 강하며, 실론계피는 껍질이 얇고 단맛이 강해서 사용되는 요리가 다르다.
서양에서 이런 종류의 향신료를 전부 ‘시나몬’이라 하는 것처럼 동양에서는 전부 ‘계피’라고 하면서 생긴 혼동이다.
+ 계피 말고 시나몬 달라고 한 것은 계잘알인 것이다.
(왼쪽 실론계피, 오른쪽 카시아계피)
7. 나도밤나무와 너도밤나무는 밤나무가 아니다.
밤나무는 참나무과 참나무속이고, 나도밤나무는 나도밤나무과 나무밤나무속, 너도밤나무는 참나무과 너도밤나무속이다.
각각 다른 종이고, 꽃이나 열매도 다르다.
밤나무는 밤 재배용, 나도밤나무와 너도밤나무는 주로 정원수로 심는다.
우리나라에서 밤나무와 나도밤나무는 어디서나 보이지만, 너도밤나무는 울릉도에만 산다.
(왼쪽 밤나무, 가운데 나도밤나무, 오른쪽 너도밤나무. 각각의 꽃과 열매)
8. 지금의 배추는 우리 할아버지 세대가 먹던 배추와 다르다.
현재 우리가 먹는 배추는 ‘호배추’라고 했다. ‘호’는 오랑캐 호(胡)자인데, 1920년대 중국에서 들어온 종자를 개량한 것이다.
‘경종배추’ 또는 ‘조선배추’는 토종 배추로, 1970년대까지 호배추와 함께 대중적으로 먹었다.
조선배추는 호배추에 비해 감칠맛이 좋았으나 생산성이 떨어지고 냉해에 약해서 1980년대 이후 시장에서 사라졌다.
+ 조선배추는 뿌리도 식용이다.
(왼쪽 호배추, 가운데 개량종 조선배추, 오른쪽 재래종 조선배추)
9. 고구마가 원래 감자였다.
고구마는 멕시코와 베네수엘라 지역이 원산지이고, 우리나라에는 18세기 일본 대마도에서 수입되었다.
처음에는 감저(甘藷)라고 불렀고 ‘단맛 나는 뿌리(마)’라는 뜻이다.
지금의 ‘고구마’는 일본 대마도 방언인 ‘효자마(孝子麻, 코오코마)’에서 유래되었다.
이후 19세기에 유입된 감자가 ‘감저’라는 이름을 가져갔고, ‘감저’는 ‘감자’가 되었다.
+ 제주 방언에서는 고구마가 감자, 감자가 지슬이다.
(왼쪽 고구마, 오른쪽 감자)
10. 단군설화의 마늘은 마늘이 아니다.
단군설화의 마늘은 ‘산(蒜)’이라고 표기되는데, 이 蒜은 ‘달래’와 ‘마늘’을 의미한다.
지금의 마늘은 11~12세기 우리나라에 유입되었다.
마늘 유입 이후, 달래는 ‘소산(小蒜), 작은 마늘’이라 불렸고, 마늘은 ‘대산(大蒜), 큰 마늘’이라고 불렸다.
후대에 ‘마늘’이라는 명칭의 주인이 달래에서 지금의 마늘로 넘어갔다.
+ 곰은 쑥과 달래를 먹고 사람이 된 것이다.
(위 달래, 아래 마늘)
+ 마늘종(마늘의 꽃대) 끝에 달리는 마늘의 씨앗(주아)은 쪽마늘의 축소판이다.
(위 마늘 뿌리, 가운데 마늘종, 아래 마늘 씨앗)
댓글
댓글 쓰기